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나의 시간이 분명히 존재했다.
출근을 하고, 퇴근 후에는 친구를 만나거나 나만의 시간을 즐겼다.
하지만 엄마가 된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
“내 시간은 어디 갔지?”
그 질문은 아이가 유치원에 가고 난 뒤에야 비로소 또렷하게 내 마음을 두드렸다.
아침 일찍 아이를 등원시키고 나면 조용한 집 안.
한껏 고요한 공간 속에서 마주한 건, 텅 빈 내 하루였다.
한편으로는 자유였고, 한편으로는 막막함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엄마가 된다는 건, 나의 시간 감각을 아이에게 잠시 빌려주는 일이구나.
퇴사 후, 나는 나를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2023년 10월, 나는 직장을 그만뒀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매일 아슬아슬하게 버텨왔던 시간.
퇴사를 결심한 건, 무너지기 직전의 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막막했다.
“이제 나는 뭘 해야 하지?”
그 답을 찾기 위해, 나는 가장 먼저 ‘공간’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미뤄뒀던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은 기부하고, 아이에게 작아진 옷과 신발은 당근마켓에 내놓았다.
물건을 비우는 일은 곧 마음을 비우는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이라는 작은 목표를 세웠다.
평생교육원 학점은행제 수업을 들으며,
퇴사 후 허무했던 시간들이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 시간들이 내 안에 다시 ‘나’를 불러오는 과정이었음을 지금은 안다.
블로그 글쓰기는 내 마음을 정리하는 도구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또 하나의 도전이 바로 티스토리 블로그였다.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좋으니, 그냥 써보자’는 마음으로
처음 글을 쓸 땐 떨리고 쑥스러웠다.
하지만 한 편, 두 편 써내려가며 느꼈다.
이건 단순한 콘텐츠 제작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기록하고, 회복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누가 보지 않아도,
조회수가 0이라도,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분명히 ‘내 시간’이다.
이젠 아이가 유치원에 간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생각을 정리하고,
하루하루를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기록을 남긴다.
그리고 그 기록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다시 나로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
엄마가 되면, 모든 시간이 아이에게 맞춰진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의 시간’을 지키는 연습은 가능하다.
그건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버린 옷 한 벌, 정리한 책상 서랍,
하루 한 편의 글쓰기에서 시작된다.
엄마로서의 나도 소중하지만
그보다 먼저 '나 자신'으로서의 나를 기억하는 것,
그게 퇴사 후 내가 찾은 가장 큰 가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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